칼럼 필사 (1) 멜론이 먹고 싶소 (손석희 앵커브리핑)


필사 정보


“멜론이 먹고 싶소!”

27살의 청년 이상은 마지막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인은 각혈을 거듭하게 만든 폐결핵. 그것은 지난 세기를 어둡게 지배한 무시무시한 감염병이었습니다.

창백한 피부와 피 묻은 손수건.

이런 것들이 예술적 비감함의 표식으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 결말은 죽음이었다는 것. 결핵은 쇼팽과 에밀리 브론테, 프란츠 카프카, 조지오웰과 같은 서양 예술가들은 물론이고 이상, 나도향, 김유정… 우리 젊은 작가들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핵은 과거에만 유행한 질병은 아니었습니다.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결핵균에 감염… 우리나라도…국민의 3분의 1이 감염되어 있고 매년 3만 5천명의 환자가 새로 생기며, 2천명이 결핵으로 사망한다.
-이정모,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중에서..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에 따르면 지금도 세계인구의 3분의 1은 결핵균에 감염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매년 3만 5천명 넘는 환자가 새로 생기고 2000명이 결핵으로 죽는다고 하니. 결핵이라는 여전희 무시무시한 질병이지요. 다만 이제는 익숙하여 그 공포에 대한 내성이 생겨서인지 그 위험성을 잊고 있었을 뿐…

3년 전에 사람들의 들숨과 날숨 모두를 지배했던 두려운 감염병 메르스가 다시 돌아와서 희미해진 공포를 되돌려놓았습니다. 죄 없이 갇혀 있어야만 했던 서울대공원의 낙타에 대한 기억까지도. 메르스는 질병 그 자체와 함께 우리에게는 그로 인한 트라우마를 동시에 안겨준 매우 특별한 감염병이기도 합니다.
국가와 시민사회가 모두…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공포를 힘들게 겪어냈기 때문입니다.
3년 전 메르스 종식을 공식 선언을 했던 정부는 이제 다시금 시험대에 오르게 됐습니다.

돌이켜 보면…
이미 반세기도 전에 항 결핵제가 보급되었는데 결핵은 왜 박멸되지 않았을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80년대 이후의 결핵 발생건수가 급감한 이후에… 새로운 치료제 개발 또한 줄어들었고 세상은 결핵퇴치 계획에 소홀해졌습니다.
그래서 가장 치명적인 질병은 무엇도 아닌 ’방심’이었다는 것이지요.

오랜만에 폭염이 걷히고, 미세먼지마저 모처럼 자취를 감추어준 이 청명한 날들에…
우리는 여전히 멜론 향기를 그리고 있으니…


나에게 질문

  • 내가 가지고 있는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공포는?
  • ‘치명적인 방심’으로 당연히 지킬 수 있는 것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없는지?

댓글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