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률 그리고 노래

끝없이 날이 서 있던
어릴 적 나의 소원은
내 몸에 돋은 가시들 털어내고

뭐든 다 괜찮아지는
어른이 빨리 되는 것
모든 걸 안을 수 있고 혼자도 그럭저럭 괜찮은

그런 나이가 되면
불쑥 짐을 꾸려 세상 끝 어디로 떠나려 했지

사람을 떠나보내고
시간을 떠나보내고
그렇게 걷다 보면 언젠가
홀가분해질 줄 알았네

그래도 되는 나이가
어느덧 훌쩍 지나고
웬만한 일엔 꿈적도 않을 수 있게 되버렸지만

무난한 하루의 끝에
문득 그리워진 뾰족했던 나
그 반짝임이

사람을 떠나보내고
시간을 떠내보내고
그렇게 걷다 보니 이제야
나를 마주 보게 되었네

울어 본 적이 언젠가
분노한 적이 언제였었던가
살아 있다는 느낌에
벅차올랐던 게 언젠가

둥글게 되지 말라고
울퉁불퉁했던 나를 사랑했던 너만큼이나
어쩌면 나도 그랬을까

울어 본 적이 언젠가
분노한 적이 언젠가
살아 있다는 느낌 가득히
벅차올랐던 게 언젠가

내 안의 움찔거리는
그게 뭔지는 몰라도 적어도
더 이상 삼키지 않고
악을 쓰듯 노랠 부른다


[단상]
9월 11일, 어제 김동률 신곡이 발표되었다. 소식을 접하고 멜론에 접속했는데 실시간 차트 30위 안에도 들어가있지 않아 놀랐다. 세대가 바뀌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김동률을 제치고 선미와 방탄소년단이 선두를 꿰뚫고 있었다. 어릴 때 전인권 아저씨가 신곡을 발표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기억, 그들에겐 그런 느낌일까.

가사를 마주하니 나도, 다른 사람들도 문득 자주 접했을 감정선을 너무도 잘 그려냈기에 마음을 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독특하게 자리잡은 창법, 목소리 때문인지 예전부터 있던 곡 느낌이 나기도 했다. 새로운 시도나 파격적인 변화가 없는 점은 아쉽기도 하나, 어머니의 된장국 같은 마음의 안식은 여전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머물러 있는 사람이 있고, 성장하는 사람이 있다. 머물러 있는 사람은 과거의 성공에 취해 ‘옛날에는…‘이라는 말이 주요 레파토리가 될 수 밖에 없다. 성장하는 사람은 비록 그 시작은 찌질하고 보잘 것 없었어도, 다시 만날 때 상대방이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영향력을 미친다.

뭇사람들의 기대갑에 많은 부담이 있었을 것 같다. 너무 오랜만의 신곡 발표가 보여주듯이… 되풀어 겪었을 좌절과 고난에도 결실을 맺은 그를 응원해주고 싶다.

가사에서처럼 ‘움찔거리는 안의 것을 꺼내 악을 쓰듯 노래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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