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걸,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책 정보 : 랩걸,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hope jahren, 김희정 옮김)

[단상]

여성 식물학자 Hope Jahren의 ‘식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하찮게 찢겨 나가는 이파리들을 안타까워 하며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죽지 않아야 할 생명이 죽어간다.’고 외친다. 글쓴이의 길잡이 덕에 이 책을 읽는 동안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식물의 삶, 성장, 진화 등에 대해 상상해보게 되었다.

이 책의 매력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식물이 자라나는 과정을 인간의 삶에 투영하기도 하고 일터에서의 여성 과학자로써의 번뇌도 녹아있다. 또한 그녀가 식물 연구를 하며 내던지는 질문은 자연스럽게 내 삶과 연결지어져서 다시금 생각하고 돌아보게 한다.

책 전체적으로 내게 제일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은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었다. 장면마다 표현되는 그녀의 집착과 똘끼에 헛웃음을 치기도 했고, 천진난만함에 피식거렸다. 그녀의 연구 과정은 무엇보다도 치열하고 험난하지만 그 여정을 보며 대리 행복을 느끼게 된다. 식물학 관련 책을 이렇게 웃으면서 볼 줄 알았겠는가… 내가 읽은 그 어떤 과학책보다 따뜻했다.

[발췌]

시간은 나, 내 나무에 대한 나의 눈, 그리고 내 나무가 자신을 보는 눈에 대한 나의 눈을 변화시켰다. 과학은 나에게 모든 것이 처음 추측하는 것보다 복잡하다는 것, 그리고 무엇을 발견하는 데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인생을 위한 레시피라는 것을 가르쳐줬다. 과학은 또 한때 벌어졌거나 존재했지만 이제 존재하지 않는 모든 중요한 것을 주의 깊게 적어두는 것이야말로 망각에 대한 유일한 방어라는 것도 가르쳐줬다.

모든 시작은 기다림의 끝이다. 우리는 모두 단 한 번의 기회를 만난다. 우리는 모두 한 사람 한 사람 불가능하면서도 필연적인 존재들이다. 모든 우거진 나무의 시작은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은 씨앗이었다.

사람은 식물과 같다. 빛을 향해 자라난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과학을 선택한 것은 과학이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의미의 집, 다시 말해 안전함을 느끼는 장소를 내게 제공해준 것이 과학이었다.

내가 배운 중요한 것들은 모두 내 손을 써서 일을 하면서 배운 것들이었다.

‘호기심에 이끌려서 하는 연구’의 부산물 중의 하나는 젊은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이다. 연구원들은 자기들이 하는 일을 과도하게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사랑하도록 가르치면서 견줄 데 없는 기쁨을 맛본다. 사랑으로 사는 모든 생물이 그렇듯 우리도 번식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 모두 일하며 평생을 보내지만 끝까지 하는 일에 정말로 통달하지도, 끝내지도 못한다는 사실은 좀 비극적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 대신 우리의 목표는 세차게 흐르는 강물로 그가 던진 돌을 내가 딛고 서서 몸을 굽혀 바닥에서 또 하나의 돌을 집어서 좀더 멀리 던지고, 그 돌이 징검다리가 되어 신의 섭리에 의해 나와 인연이 있는 누군가가 내딛을 다음 발자국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눈 속에서 사는 식물들에게 겨울은 여행이다. 식물은 우리처럼 공간을 이동하면서 여행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식물은 장소를 이동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사건을 하나하나 경험하고 견뎌내면서 시간을 통한 여행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겨울은 특히 긴 여행이다. … 긴 겨울 여행에 대비하기 위해 나무들은 ‘강화’ 과정을 거친다. … 이렇게 일부분은 화학물질로 가득 채우고, 또다른 부분은 완전히 순수한 상태로 유지하는 ‘강화’ 과정을 거쳐 중무장하고 나무는 겨울 여행을 떠나 서리, 진눈깨비, 눈폭풍을 견뎌낸다. 이 나무들은 겨울 동안 자라지 않는다. … 날씨는 변덕을 부릴 수 있지만, 언제 겨울이 올지 알려주는 태양은 신뢰할 수 있기 때문에 억겁의 세월 동안 나무들은 강화 과정에 의존해 겨울을 날 수 있었다. 식물들은 세상이 급속도로 변화할 때 항상 신뢰할 수 있는 한 가지 요소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큰 좌절에 대처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잠시 멈추고, 숨을 크게 쉰 다음, 마음을 가다듬고 집에 가서 그날 저녁은 다른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낸 후 날이 밝으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또다른 하나는 즉시 그 문제에 다시 몸을 던져 머리를 물속에 집어넣고 바닥까지 다이빙을 해서 그 전날보다 한 시간 더 일하면서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찾아내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이다. 첫 번째 방법이 적절함에 이를 수 있는 길이라면, 두 번째 방법은 중요한 발견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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