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애의 마음
책 정보 : 경애의 마음, 김금희
[발췌]
참 당연한 말인데 일상 속에서 잊고 지냈던 말이기도 하다. 가식의 겸손 또는 약육강식의 사회 생활 안에서 이러한 모습들을 당연하게 봐와서일까.
누구를 인정하기 위해서 자신을 깎아내릴 필요는 없어. 사는 건 시소의 문제가 아니라 그네의 문제 같은거니까. 각자 발을 굴러서 그냥 최대로 공중을 느끼다가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내려오는 거야. 서로가 서로의 옆에서 그저 각자의 그네를 밀어내는 거야.
사람이 그러면 안된다는 것, 한번 도망가버리면 다시 방에 웅크리고 앉아 계절들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필사적으로 했다.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렇게 마음의 문을 닫았을 때, 차라리 마음이 없는 것처럼 살아가기를 선택했을 때 얼마나 망가지고 마는지를 기억하고 있었다.
경애는 언제나 어찌 되었건 살자고 말하는 목소리를 좋아했다. 그렇게 말해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이 잦아들기 때문이었다.
상상할 ‘여지’를 주지 않으니까. 여지는 삶에 있어 숨구명 같은 것이었다. 상수는 그런 것이 없는 삶은 슬퍼서 견딜 수가 없었다.
안나카레니나의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와 같은 문장으로 들린 부분.
사랑이 시작하는 과정은 우연하고 유형의 한계가 없고 불가했는데, 사라지는 과정에서는 정확하고 구체적인 알리바이가 그려지는 것이 슬폈다.
도시로 나간 것은 다른 누구의 강요도 아니고 자신의 선택이라는 긍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세계를 스스로 건너갔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얼굴에는 어떤 환함, 경애의 상상 속에서 때로는 터무니없이 밭을 압도할 정도로 큰 여름 달 같은 환함이 있었다.
[단상]
마음을 다해썼다는 작가의 말 한마디. ‘고립된 사람들의 마음을 해명하고 싶었다’는 작가는 고립되고 외로웠던 마음이 사람을 통해 ‘경애(사랑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변화해 나가는 것을 그리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가 더욱 인상 깊었지만, 책이란 그 때와 맞물려 매번 다르게 읽히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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