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영화)

연분홍, 연보라빛 노을, 그리고 뭉게구름.. 몽환적이고 꿈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아름답고 이상적인 사랑 이야기로 꾸며질 것 같던 첫 풍경과 다르게 영화 안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실로 현실적이다. 그 안에는 우리가 늘상 겪는 오해도, 다툼도, 아픔도 가득 담겨있다. 가만 생각해보니 실화에서 비롯된 이야기여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영화 속 명대사]

내 인생은 액자속에 모두 담겼어요. 나는 더이상 필요한 것이 없어요 붓 한자루만 있다면..

난 당신이 좋아요. 당신은 날 필요로 하고..

많이 걸을 수가 없어서 눈에 담겨 있는 걸 집에 와서 그려요.

당신의 시선을 보고싶어요. 열정의 원천은 어디죠?

내가 왜 당신을 부족한 사람이라고 했을까. 난 사랑 받았어요.

장애로 소외되고 위축되어 있었을 것 같던 주인공이 중요한 사람 앞에서, 중요한 일 앞에서는 소신 있게 자신의 주장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남편에게 정당한 급여를 요구하고 프로포즈를 먼저하고… 지금 시대에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남편을 위해 닭을 잡을 때, 붓을 집어들 때 느린 손길이 아직도 생각난다. 주섬주섬한 몸짓에서 여백의 미가 느껴진다. 부족하지만 아름다움이 느껴졌던 것은 그 진실된 마음 때문이었으리라.

이 영화를 보면서 크게 느꼈던 두 가지는… ‘서로의 진면목을 알아주는 것’‘중요한 때를 놓치지 않는 것’ 에 대한 것이었다. 여주인공은 언제나 느리고 서툴지만 꼭 필요한 때에 꼭 필요한 말을 한다. 때로 중요한 말을 놓치고 뒤돌아 후회하는 나와 달랐다. 원하는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용기낸다는 점에서 굉장히 현명해 보였다. 그녀는 말 많은 헛똑똑이가 아니었다.

여백 가운데 강한 메시지가 있고, 끝나고 난 뒤 더 생각나는 영화다.

엔딩 크레딧에는 실제 여주인공이 살았던 집과 그렸던 그림들을 보여주는데… 손길에 닿은 붓으로 변해 가는 집처럼, 두 사람의 내면과 관계가 변화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쏠쏠하다.

영화속 주인공은 몸은 불편했지만 누구보다 즐거운 삶을 이끌어가는 주체적 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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