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필사 (2) 알파고, 그리고 카인의 후예 (손석희 앵커브리핑)


필사 정보


저는 이세돌 9단을 4번 인터뷰했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2번 놀랐습니다. 우선은 그의 가느다란 목소리에 놀랐고, 그 다음은 그 가느다란 목소리에 실려 나오는 강단과 자존심 때문에 놀랐던 기억입니다.

우주의 운행을 담았다는 ‘바둑’. 그는 그 우주에서 늘 살아 돌아온 사람이었기에… 한편으론 설마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청년의 압승을 자신했습니다. 그러나 설마가 혹시로, 혹시가 역시로 드러나자 그 충격은 바둑계는 물론 전세계를 전율하게 했죠.
프로 바둑기사들조차 이해할 수 없는 알파고의 바둑 ‘행보’였습니다.

인간만이 가지고 있다고 믿었던 직관과 통찰이 알파고의 무한대에 가까운 수읽기에 몰리자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 근원적인 질문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창의력, 윤리의식… 인간과 인공지능을 애써 구분지으려는 담론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한쪽에선 AI포비아, 즉 인공지능 공포증까지 제기됐죠.

대한민국이 ‘알파고 쇼크’로 들썩이는 사이에, 평택에서 실종됐던 7살 아이는 싸늘한 주검으로 우리에게 돌아왔습니다.. 화장실에 감금된 채, 결국 차디찬 욕실 바닥에서 홀로 죽음을 맞이한 아이.

인류 최대의 위협, 핵보다 위험한 악마는 인공지능이 아닌 인간, 바로 우리 자신이 아니던가.

성경 속 질투와 이기심에 눈이 멀어 동생 아벨을 죽인 카인의 이야기… 그 카인의 후예일지 모를 우리는 인공지능의 도래를 보면서 그것을 만들어내고 시험하고 있는 인간의 맨얼굴을 두려워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하여… 알파고가 던져준 그 많은 질문들 속에 그래서 우리가 꼭 답하고 싶은 한 가지. 인간을 배워가며 인간을 닮아가는 인공지능이 성경 속 카인의 ‘인간’은 닮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내일 또 다시 가느다란 체구와 가느다란 목소리를 가진 한 청년은 우주로 나갑니다.
그가 우리의 답을 갖고 있는 이상 그는 늘 그랬던 것처럼 다시 살아서 돌아올 것입니다.


나에게 질문

  • 나 자신을 위협하는 내 안의 카인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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