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어른 (작가시리즈) 강원국

강원국님은 스피치 라이터로 불리우며 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으로 활동하였다. ‘대통령의 글쓰기’라는 책의 저자로 사실 처음 읽었을 때 보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후 재독하게 되었는 때 그때 상황과 맞물려 너무 감명을 받았었다. 꼭 만나뵙고 싶었는데 어쩌다 어른 작가시리즈 편 방청 신청이 되어 운 좋게 강연을 듣게 되었다.

글 쓰기에 관심이 많은 분들을 위해 강연 내용을 공유한다.


글쓰기가 어려운 어른들을 위한 글쓰기 노하우 10가지 공유

1. 말에 의지해서 쓰자.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에는 말을 먼저 해보자. 생각을 글로 바로 옮기는 것보다 “생각->말->글”로 옮기면 훨씬 쉬어진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배운 방법) 말을 하면서 생각이 정리되고 말이 또다른 생각을 낳기도 한다. 또한 구어체가 문어체보다 훨씬 이해가 쉽기 때문에 말을 글로 옮기면 이해하기 쉬운 글이 된다. 리액션이 좋은 사람을 하나 정해서 말해보는 연습을 자주 해보면 좋다.

2. 시간에 의지해서 쓰자.
나는 글을 쓸 때 늘 시계를 보면서 썼다. 시간을 스스로 정해놓고 쓰게되면 글이 빙빙 돌지 않고 꼭 전달해야 하는 메시지, 본질로 바로 파고들게 된다. 시간이 많다면, 쓸 수 있는 만큼만 쓰고 다른 일을 보고, 다시 글 쓰고, 다른 일 보는 것을 반복하라. 다른 일을 하는 동안에 생각이 숙성되고 낯선 환경에서 참신한 생각이 발휘되기도 한다. 다시 돌아왔을 때 객관적인 상태로 나의 글을 다시 바라볼 수 있다.

3. 나에 의지해서 쓰자.
1) 나만의 의식/습관 가지기 일정한 시간, 일정한 환경에서 글을 쓰다보면 뇌가 습관을 인식해서 글을 잘 쓸 수 있게 된다. (20일간 한 꼭지도 쓰지 못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산책을 하고 아메리카노를 한 잔 마시고 의식적으로 글 쓰기를 반복하였다. 어느날 봇물처럼 글감이 쏟아지더라.) 2) 몰입 글을 쓸 때 다음 주제는 생각하지 말고 해당 주제에 대해서만 생각하라. 한정된 시간에 절박함을 가지고 글을 대하면 글에 직관력이 발휘될 수 있다. (대통령에게 제출해야 할 글이 7시까지 완성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2시이다. 이 때 지금이 7시라고 생각하고 절박하고 몰입한 상태에서 글을 쓴다. 다시 시계를 보면 7시이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으로 글을 전개해나갈 수 있다.) 3) 최면 아래 두 가지 생각을 가지자.

  • 누구나 글쓰기는 어렵다.
  • 내 생각만큼 남은 내 글에 관심이 없다. (주례사를 생각해봐라. 주례자는 몇 날밤을 고민하겠지만, 결혼이라는 중요 이벤트에서도, 주례사는 안 듣는 사람이 더 많다.) 위와 같은 자기 암시를 하고, 글을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기자.

4. 어휘력에 의지해서 쓰자.
글은 어휘가 관건이다. 조정래/헤밍웨이 경우에도 문장에 더 걸맞는 단어를 찾기 위해 굉장히 노력한다.

  • 어휘력을 키우는 방법은? 한 장의 글을 쓸 경우 의무적으로 3~5 단어를 골라서 유의어를 찾아보자. 분명 그 문장에 원래 단어보다 더욱 어울리는 단어가 있을 것이다. (나는 남북정상회담 때 제일 많이 쓰이는 ‘말했다’라는 단어의 유의어를 30개 정도 찾아서 준비하고 퇴고했다. 말했다 대신 강조했다/언급했다/설명했다… 등등 더 적합한 단어가 있다.) 김훈씨도 말보다 글이 훨씬 전달력이 강한 편이다. 글을 쓸 때 국어사전을 항상 필참하시고 단어에서 조사, 어미까지 모두 유의어 등을 찾아가며 적합한 어휘를 선택하신다.

5. 자료에 의지해서 쓰자.
칼럼 등의 자료는 굉장히 중요하다. 내용을 이해하는 것보다 내 생각을 만들기위해 읽는다고 생각하라. 칼럼 안에 있는 시간, 관점, 독특한 해석 등이 중요한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도 남의 생각을 알려고 읽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읽는다고 말씀하셨다.)

  • 칼럼 보는 방법? 1) 제목을 보고 내용을 상상한다. 2) 읽는다. 3) 읽은 내용을 떠올려 본다. 4) 그에 대한 내 생각/경험을 적용한다. -> ‘자기화’ 과정 이런 과정을 통해 지식이 지혜가 되고 남의 것이 내것이 되는 것이다.
  • 칼럼/문서 같은 형식지가 아닌 암묵지 자료(상사 머리속 지식)는? 1) 상사의 Context/배경/맥락 등을 읽으려면 질문하는 많이 하는 수밖에 없다.

6. 문장에 의지해서 쓰자.
시암송을 하게되면 시를 쓰고 싶어진다. 시를 10편 이상 암송하거나 명언/명문장 등을 20개 이상 암송하자. 좋은 글의 패턴을 알게 된다. 문장형식, 수사법 등을 익힐 수 있다. 필사도 좋은 방법이다.

7. 구성력에 의지해서 쓰자.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목적에 따라 글 구성 패턴을 가지고 있다. 기본 구성 요소에 대한 감이 필요하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주장-근거-반대의견 정리-종합의견 순으로 글을 쓰셨다. 축하 목적의 경우 ‘치사/격려 - 칭찬 - but 안주해서는 안된다 - 앞으로 가야할 길 제시 - 가야할 길에서 필요한 역할 - 나도 이것을 위해서 이런 점을 돕겠다 - 같이 잘해보자’ 라는 구체적 틀을 가지고 계셨다. 축하-의미부여-기대하는 바-재축하-덕담의 순서가 될 수 있고, 광고 경우 특징-장점-이익/혜택 등의 틀을 가질 수 있다.)

  • 글의 구성력은 어떻게 높일까?
  • 온라인 서점의 책 목차를 즐겨 보자. 구성 틀과 trend 등을 알 수 있다.
  • 좋아하는 칼럼리스트의 글을 30개 이상 출력해서 (이해-요약-무조건 반론하는 입장 가져보기 - 이 글을 구성해보기) 강원국 씨는 김중만 교수 칼럼을 이런식으로 헤쳐보았었음. 칼럼니스트 30개 글을 이렇게 보다보면 글의 구성, 전개 방식들이 보이게 된다.

8. 독자에 의지해서 쓰자. **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은 필요 없는 글일수도 있다. 읽을 독자를 상상하면서 글의 목적이 무엇인지, 어떤 리액션이 올 지 상상하면서 글을 써보자. 어떻게 쓸 것인가를 위한 글쓰기가 아니라 무엇을 쓸 것인가가 중요하다. 독자를 위해서 쓴 글은 독자가 먼저 알아본다.

9. 생각에 의지해서 쓰자.
김대중 대통령은 말씀을 하거나 글을 쓰실 때 굉장히 설레여하셨다. 그 만큼 평소에 하고 싶은 말도 많고 가지고 있는 생각이 많으셨다. 김대중 대통령의 생각을 잘 전달받기 위해서 그 분이 쓰신 책을 모두 읽고 각 주제별로 어록집을 만들었었다. 그렇게 되면 테러에 대해서 글을 쓸 일이 있을 때, 테러는 빈곤 때문에 일어난다는 그 분의 생각의 실마리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쉽게 글을 쓸 수 있었다. 내 글을 쓰려면 나만의 어록이 반드시 필요하다.

  • 자기 생각을 확장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 독서
  • 토론
  • 학습
  • 관찰 : 시인은 자연을 관찰하고 소설가는 사회를 관찰하여 글에 반영
  • 메모 하루 딱 5분만 정해놓고 하나의 물음에 대해 한 줄로 대답해보자. 생각이 안난다면 관련 칼럼, 유튜브, 어쩌다 어른 같은 강의, 관련 서적의 목차, 구글의 관련 단어 이미지 검색 등을 하다보면 생각이 확장 될 수 있다. 자기 생각을 하루 한 개만 만들고, 100개가 모여진다면, 100개가 서로 얽혀서 더 깊고 복잡한 내 생각을 가질 수가 있다. 앞으로는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는 것,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시대가 될 것이다.

10. 퇴고에 의지해서 쓰자.
잘 쓴 글은 없다. 잘 고친 글만 있을 뿐이다. 헤밍웨이의 초고를 봐라. 그는 누구보다 많이 고친다. 중요한 것은 많이 고치는 것과 무엇을 고칠지 아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이 되고 난 후 처음 부름을 받아 진행된 일은 노무현 대통령의 글을 쓸 때 꼭 명심해야 하는 체크리스트를 받은 것이다. 그것은 모두 32가지가 되었고, 글을 마무리 한 후 나는 한문장 한문장을 체크리스트 32가지에 위배되지 않는지 확인하였다.

  • 나만의 퇴고를 위한 체크리스트 가지기
  • 다양한 환경에서 글을 보라. (버스에서 화장실에서, 읽어도 보고,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주고, 프린트해서도 보고…)
  • 오답노트를 만들어라. 온라인 글쓰기 책 목차를 보고 내가 캐치하고 싶은 부분에 대한 항목을 글의 분야/주제에 따라서 정리해놓고 체크리스트로 가지고 있는다.
  • 글을 쓰다가 글쓰기 능력이 향상되면 기존 오답노트를 나에 맞게 수정한다.

마무리
모든 일에는 어떤 계기가 있다. 오늘이 바로 여러분이 글을 쓰게 되는 계기가 되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기타 질문에 대한 내용

  • 글도 잘 쓰시지만 말도 참 잘하시는 데, 노하우는?
    나는 무대공포증이 있는 사람이었고, 이것은 노무현 대통령께서 고쳐주셨다. 시도하면 5:5 비율로 승산이 있지만 포기하면 100% 실패할 뿐이다. 시도하라!라는 말을 마음에 담고 연습했다. 표현하는 만큼 나의 감성도 다양해지고, 어휘력도 다양해지고, 사고도 깊어진다.

  • 배우자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데 잘 안되요.
    그 사람을 잘 관찰하세요. 하고싶은 말이 생깁니다. 그리고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쓰면 됩니다.

  • 나는 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칭찬해주는 친구가 있다. 여러분도 그런 독자를 만들어라. 글동무가 필요하다.

  • 사회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상사를 좋아하고 존경해야 나도 직업 안에서 행복할 수 있다.
    리더는 기본적으로 악역을 맡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상사라는 가면 뒷면에 있는 남편, 아버지로서의 그 사람 인간적인 면모를 바라봐라. 내가 돌봐줘야 하는 안쓰러운 사람일 수도 있다.

[강연 후기]

김중혁 강연을 듣고 와서 사고의 확장 방법에 대한 궁금증이 컸는데 이번 강연에서 구체적인 방법을 들을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다. 수수하지만 막힘없이 답하는 태도나 내용을 보면서 평소에 굉장히 생각과 고민을 많이 해오신 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또한 어렵게 얻은 노하우를 거리낌없이 공유해주시니, 정말 유익하고 감동적인 강연이었다.

많은 의문이 해소되었지만, 글을 읽는 독자를 가지고,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을 써야 한다는 말씀에서는 여전히 고민이 되었다. 내 글 대부분은 나 혼자 보는 글이 많고 자기만족 또는 치유의 목적 말고는 별다른 목적으로 써 본 글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공개적으로 오픈 할 수 있는 소스를 생각해보니 나의 업과 연결이 되었다. 빅데이터 관련 소주제들을 글로 짧게 써서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빅데이터나 인공지능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나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분들도 많기 떄문에 (물론 부정적인 이면도 있긴 하지만) 한편으로 얼마나 도움을 주고 가치를 줄 수 있는지 같이 고민해보고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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