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애, 한 번은 독해져라

알쓸신잡을 통해 알게된 김진애님.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일하는 여성으로서 본받고 싶은 점이 많은 분이라 관련 책을 찾아보니 저서가 꽤 있어서 며칠동안 읽어내려 갔다. 할머니가 말하는 듯한 특유의 말투도 참 귀여우시다고 느껴졌는데, 책에 있는 문장들에서 위로가 되는 말이 많았다. 내 주변에도 이렇게 연륜과 지혜로 가득찬 할머니 한 분이 계시면 좋겠다.

필사

괴로움이 더해질 떄마다 자신을 한번 잘 관찰해보라.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세심해지고 또 대범해지는 법을 배운다. 나는 다음의 네 가지 습관을 권하고 싶다.
첫째, 나 자신을 관찰하는 습관이다. 괴로워할 때마다 자신의 마음속을 세심하게 관찰해보라. 스스로 관찰의 주체이자 관찰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왜 내가 괴로워하는지, 생각이 어떻게 변하는지, 태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마음이 왜 상하는지, 어떻게 해야 풀리는지, 지난번과는 어떻게 다른지 잘 들여다보자.
둘째,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고 공부하는 습관이다. 사람들을 관찰함으로써 그들의 고민과 약함과 무지와 지혜를 잘 배우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셋째, ‘고백’이라는 아주 건강한 습관이다. 다른 사람에게 고백하는 행위란 나의 생각, 심리, 선택, 의견, 걱정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과정이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행위의 시작이다. 일기 쓰기, 글쓰기, 책 쓰기도 일종의 고백 행위가 될 것이다.
넷째, 괴로움의 패턴을 그려보는 습관이다.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서 대범하게 자신의 패턴을 그려보는 것이다.

나는 ‘여성성’을 찬미한다. 특유의 총합적인 태도, 인간적인 면모,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돌봄의 행위, 같이 나누고 같이하려는 소망이 여성성의 바탕에 깔려 있다고 믿는다. 사회에서 차별받는 존재가 오히려 인간성에 대한 이상을 끝까지 지닐 수 있다고 믿는다.

쌓이는 힘은 놀라운 것이다. 독하게 홀로 시간을 가져보라. 스스로 자신을 유폐시킴으로써 스스로 자신의 존재감을 찾고, 일상의 굴레에서 빚어지는 소모감으로부터 벗어나보라. 인생에서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의 균형을 찾을 수 있음을 이윽고 깨닫게 된다.
자기 시간을 온전히 지킬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인권, 진정한 주권일지도 모르겠다.

나쁜 스트레스를 좋은 스트레스로 만드는 원칙은 간단하다. 첫째는 스트레스를 긍정하는 것이고, 둘째는 막연함을 없애고 ‘구체적인 할 일’을 만드는 것이다. … 문제가 있을 때, 뭔가 잘 안될 때, 뭔가 더 잘하고 싶을 때, 모자란 것이 있을 때 맛깔스러운 그 어떤 삶의 순간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남들은 대게 건성으로, 특히 결과만 보고 칭찬한다. 일을 해내기 위해서 흘린 땀과 피, 수많은 장애물들과의 싸움, 헤아리기 어려운 고뇌와 좌절의 순간들에 대해서는 깊이 이해할 수도 없을뿐더러 깊은 관심도 없이, 그저 겉핥기 칭찬을 할 뿐이다.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기준을 나름대로 세우면 좋을 것이다. 나 역시 기준이 있다.

  • 정말 하기 싫은 일을 해냈을 때
  • 정말 힘든 일을 해냈을 때
  • 오래 긴 시간을 버텼을 때
  • 화나는 것을 견뎠을 때
  • 남의 칭찬을 듣고 부풀지 않을 때
  • 남의 비판에 흔들리지 않을 때
  • 내가 보기에 참 잘했을 때

마감 시간을 지키는 것은 자신을 위해서다. 마감을 자꾸 미루는 사람은 결코 좋은 작업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식은 자신이 직접 마감 시간을 정해두는 것이다.

‘진행형 계획’이 최고다. 계획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진행형이 되어야한다. 끊임없이 현장의 변수에 맞추어 조정하는 것이다. ‘진행형 계획’을 끊임없이 수정하는 사람은 길을 잃지 않는다. 다만, ‘왜’ 수정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 진행형 계획이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그때 결단을 독하게 지켰던 것이 나에게 ‘언제든지, 필요하면 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는 점에서 귀한 경험이다.
독해진다는 뜻을 한마디로 정리해본다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다’는 것이다. 조금 길게 풀어보면, ‘자신을 얽어매려는 모든 것들과의 사슬을 한번 끊어본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직 자신에게 충실한다’는 뜻이다.

나에게 질문

  • 휴직 기간 동안 어떻게 온전한 나의 시간을 확보할 것인가?
  • 어떤 언약을 스스로에게 하고, 지켜나갈 것인가?
  • 무엇을 위해 독하게 약속하고, 실천할 것인가?
  • 스스로에게 크게 칭찬할 수 있는 일이란?
  • 내가 독해져봤던 기억은?
  • 독하게 해보고 싶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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