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탈리골드만,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1)

서재에 가니 나탈리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가 눈에 띈다. 추천글부터 읽어내려가는데, 문장 하나하나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나를 위한 맞춤형 조언과 용기를 주는 메시지가 곳곳에 가득이다. 워낙 유명한 책이지만, 끝까지 못읽었던 책인데…
이 시점에 다시 읽으니 책 전체를 필사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 무리라고 생각되어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나갔지만 책 내용의 대부분을 필사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
역시 책과의 만남도 ‘때’라는 것이 있나보다. 오늘 읽었던 부분 중에서 제일 마음에 와 닿았던 부분은 ‘글이 안 써질 때도 글을 쓰는 법’ 부분이었다. 책을 나에게 적용해 글을 쓸 때 적용할 규칙을 만들어보았다.

1. 치열한 글쓰기 기본, 제한된 시간 동안 글 쓰기
시간적 여유가 생길 때는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어서 생각하고, 쓰고, 수정하며 많은 시간이 들었다. 하지만 바쁜 일이 생길 때에는 그렇게 할 수 없어 글쓰기 자체를 스킵해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책에서는 하루 10분, 15분, 30분 등 자기가 쓸 수 있는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 만큼은 집중해서 다른 것들을 아무것도 하지 말고 글을 써보라고 한다. 또한 글쓰기는 반드시 제한된 시간 내에 끝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부분이 중요했다. 반드시 제한된 시간 내에 끝내기. 하루 15분이라면 하루 30분만이라면, 아무리 바빠도 짬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인생을 충실히 살기 위해 하는 글쓰기 행위이니, 하루의 이 시간만큼은 나를 위해 양보하자.

2. 글을 쓸 수 있는 나만의 시간과 공간을 할당하고 제한을 둔다.
평소에 규칙적으로 쓸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정한다. 가령 아침 기상 직후 안마의자에서의 20분, 점심 식사 후 책상에서 15분 등 방해받지 않고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과 장소 말이다. 또한 게으름을 달래기 위해 글이 쓰기 싫을 때 지금 실컷 노는 대신 11시 이후에는 반드시 펜을 잡자.라고 제한을 둔다.

3. 하루, 한 달 쓸 글의 분량을 정하고 채운다.
글의 질이 더 중요할 것 같았는데 나탈리 골드버그는 글의 양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하루의 글 쓰기 양은 100일 글쓰기 규칙인 원고지 2.5매 이상이면 될 것이고 100일의 분량을 채우도록 해야겠다.

4. 나에게 용기를 주었던 문구들
작가는 다른 사람들에게 지식을 나누어 주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그보다는 작가는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기 위해 글을 쓴다.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졸작을 쓸 권리가 있다. 글쓰기 훈련은 세상과 자기 자신에 대해 마음을 지속적으로 열어 나가게 하고, 자기 내면의 목소리와 스스로에 대해 믿음을 키워 나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이 옳았을 때만 좋은 글을 얻을 수 있다.

5. 편집자의 목소리를 무시하라
만약 당신이 “진부해!”하고 말하는 편집자의(내면의 편집자/검열관) 소리를 들어 주고 거기에 낙담해서 글쓰기를 중단한다면, 그것은 결과적으로 편집자가 옳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당신은 진부해!”라는 말을, 멀리서 바람에 날리는 흰 빨래 정도로 여기라. 결국 그 빨래는 마를 것이고, 아주 멀리 있는 누군가가 그것을 개서 집으로 가져갈 것이다. 그 동안 당신은 글을 쓰면 그만이다.

6. 눈앞에 있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라
나는 (수업 계획을) 미리 세워 두지 않는다. 그보다는 그때그때 주어지는 상황에 겁먹지 않고, 항상 열린 마음으로 충실하려 애쓴다. 그리고 매번 이 방법이 옳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비결이 있다면, 마음을 계속 열어 두고 있는 것이다.

제랄드 만레이 홉킨스 ‘신의 웅장함’
아이들 책상 밑을 한번 보세요. 바닥이 온통 신발에서 묻어 온 흙 때문에 아주 지저분하죠. 정말 좋은 신호에요. 봄이 왔다는 신호니까요.

7.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진실은 아주 간단하다.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바깥에서는 어떤 배움의 길도 없다. 당신이 훌륭한 대가를 열 사람이나 만난다 하더라도 그것으로는 글쓰기를 배우지 못한다.

8. 작가와 작품은 별개다
우리가 실존하고 있다는 생각, 그것은 착각이다. 추리는 우리가 쓰는 글이 견고하며 영구불변한 구조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우리가 쓰는 글은 순간이 만들어 낸 작품이다. 스스로 속지 않도록 경계하라. 시시각각 우리는 변한다. 그리고 매 순간마다 변한다는 사실, 이것처럼 좋은 기회도 없다. 우리는 한 순간에 얼어붙어 있던 자신과 자신의 이상으로부터 빠져 나와 신선하게 무언가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이것이 글쓰기이다. 글쓰기는 우리를 동결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자유롭게 흐르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나와 내가 쓴 작품은 별개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라. 우리가 힘을 얻는 곳은 언제나 글 쓰는 행위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새로운 시각으로 새로운 꿈을 꾸는 일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만고불변의 형태로 존재할 수 없다. 시 한 줄 속에 쳐박혀있어도 영원히 만족할 수 있는 영구불변의 진실이란 없다. 자신이 만들어 낸 작품과 자신을 지나치게 일치시켜서는 안 된다.
당신은 또 다른 흐름에 몸을 맡기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시에 들어가 있는 단어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 몸을 빌어 밖으로 표출되었던 ‘위대한 순간’이다. 그 순간을 잡아내 글로 옮길 수 있도록 항상 깨어 있는 것이 작가가 할 일이다.

9. 사고의 모든 경계를 허물어뜨려라
우리는 바로 이런 태도로 글쓰기에 임해야 한다. “왜?”라고 끊임없이 묻거나 옷을 고를 때처럼 신경을 곤두세우는 대신 우리 마음은 모든 것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울 정도로 열려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엄청난 에너지를 종이 위에 쏟아붓도록 해야 한다. 작가는 두려움 없이 무조건적으로 모든 것을 써 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10. 글쓰기는 맥도날드 햄버거가 아니다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노출시킨다는 것은 절대 자신의 에고를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대로 연출한다는 뜻이 아니다. 자신이 그저 하나의 인간 존재임을 드러내 보인다는 뜻이다.
엄청난 분량의 글을 쓰겠다는 결심을 하기 전에 먼저 자신에게 여유를 주자. 자신의 목소리가 지닌 힘을 믿는 법을 배우자. 자연히 이런 과정에서 우리는 방향 설정을 하고 목적지가 어딘지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그 목적지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장소에서 나타날지도 모른다. 글쓰기는 패스트푸드가 아니라 슬로푸드다.

11. 강박관념을 탐구하라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나를 괴롭히는 강박관념들을 목록으로 정리해 본다. 목록 내용은 자꾸 변하는데 숫자는 언제나 불어난다. 어떤 것은 고맙게도 아예 잊혀지기도 하지만.
작가란 결국 자신의 강박관념에 대해 쓰게 되어 있다. 자주 출몰해서 괴롭히는 것, 절대 잊을 수 없는 것, 자신의 육체가 풀려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이야기로 엮는다.
당신을 가장 괴롭히는 강박증에는 힘이 있다. 당신이 글을 쓸 때마다 언제나 같은 곳으로 돌아가게 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바로 이 강박증의 변두리에서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들을 창조해 낼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라. 그리고 이번에는 당신을 괴롭히던 강박증에 일부러 에너지를 쏟아 부어 보라. 이제 우리는 강박증이 자신을 위해 봉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글쓰기에 대한 강박증은 직접 글을 써서 풀어 내야 한다. 쓸데없이 술에 취하는 엉뚱한 방식으로 풀려고 하지 말라.

12. 세부 묘사는 글쓰기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인생이란 너무도 다양해서 만약 당신이 사물의 과거와 현재의 진정한 모습을 세세하게 써 내려갈 수만 있다면 당신에게 더 이상 필요한 것은 없다.
당신은 상상력의 힘을 빌어 이것을 얼마든지 변경시킬 수 있다. 변경된 상황에다 당신이 실제로 알고 있거나 보았던 것을 세밀하게 묘사해서 이식을 한다면, 그 글에 뛰어난 생동감이 생기며 개연성과 진실성이 배어나게 된다.

13. 그들의 이름을 불러 주라
글쓰기에서 우리가 살았던 장소와 그 공간을 채우던 사물들의 이름을 불러 주고 그것을 우리 삶의 세부사항으로서 써 내려가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우리의 삶은 모든 순간순간이 귀하다. 이것을 알리는 것이 바로 작가가 해야 할 일이다. 작가는 의 미없어 보이는 삶의 작은 부분들마저도 역사적인 것으로 옮겨 놓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작가가 쓰는 글은 이 세상 모든 것을 재료로 해서 이루어진다. 우리는 소중한 존재들이며, 우리의 삶 또한 그러하다는 것을 작가가 되려는 당신은 알고 있는가? 덧없이 자나가 버리는 세상의 모든 순간과 사물들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켜 주는 것, 그것이 작가의 임무다.

14. 케이크를 구우려면
당신이 소설 한 편을 채울 만한 파란만장한 경험을 했다 하더라도 그 사실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여기에 당신 마음에서 나오는 열과 에너지를 첨가시켜야 한다.
삶의 모든 세부 사항들을 조심스럽게 다루고 다정하게 접촉하라. 당신을 둘러싼 것에 진정한 관심을 기울이라.
세부 묘사를 사용하면 당신이 느끼는 환희나 슬픔을 아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전달하려는 감정이 어떤 맛인지 정확하게 표현해 준다면, 그것을 맛보고 싶어하는 미식가가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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